자기 전에
분이 풀리지 않아(?) 몇 자 더 적어본다.
1. 예능 프로그램의 본분
예능의 본분은... 뭐 사람마다 관점은 다르지만 일단 웃겨야 된다. 생각해보라.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놀러들 안가고 TV를 붙잡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바라는 게 뭘까? 감동인가. 감동이면 그 시간대에 다큐를 다들 편성하겠지. 요는 웃겨야 된다는 거다. 그것이 최대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이니까. 그리고 그 웃기는 가운데 PD나 작가진의 생각, 개성, 연출... 등이 부가되는 거지. 주는 여전히 웃기는 거다. 근데...
이번 무한도전은 시청자에게 무언가를 강요했다. 웃는 게 아니라 다른 거를.
그 강요는 '감동'일수도 있고 'PD의 辯'일 수도 있고 현 무도의 상태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거일수도 있다. 다 좋다 이거야. 근데 웃음은?
PD는, 적어도 내 생각에는, 예능 PD라면 시청자에게 웃음 외에 다른 무언가를 강요해선 안된다. 절대로. 무언의 강요는 결국 시청자들이 찝찝함을 느끼는 형태로 되돌아온다. "재미는 있었는데 뒷맛이 영..."이란 반응이 그런거지.
30분이란 시간을 웃음기는 싹 뺀채 무언의 메시지만 전하려 했다. 그것도 예능에서. 미친 짓거리지... 아니면 시청자를 봉으로 보거나. "어디 떠들어봐라, 난 내 갈 길을 가련다"는 좋지만, 그 갈 길을 가는 버팀목, 발판은 시청자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.
2. 길성준
할 말이 없다. 다 좋다 이거야. 예능이 아닌 다큐든 뭐든 간에. 근데 시청자가 길성준 씨의 짜증이나 힘든 거 볼려고 주말에 TV에 앉아 있나. 고문이 따로 없지.
재능감이 없다, 비호감이다, 조화가 안된다... 다 떠나서, 오늘 방영된 편만 놓고 보면, 어이쿠...
물론 사람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. 능력 차이가 있으니 산행이든 뭐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차이가 나지. 그것까진 좋다 이거야. 그래도 못하는 거의 정도가 있지.
그 늙으신 박명수 아저씨도 하는 걸 고작 아이젠이 벗겨지네 뭐네 하면서 못했다 이거라굽쇼... 흐음. 그리고 그러면서 짜증은 있는 대로 내고, 탓은 아이젠이네 어쩌네 하면서 물흐리기에...
이걸 보면서 "이야, 길 씨 포기도 안하고 몇 번이나 오르네 대단하다 무한도전이네 운운..." 하는 거 보면 웃음도 안나온다. 힘들다 하지만 힘든 척은 하지 않아야 보는 사람도 그나마 감동이라도 먹지. 우왕 힘들어 죽겠네, 아이고 못하네 곡소리를 하면서 오르는데 무한 도전은 무슨 개뿔이. 난 옆에서 징징 짜면서 무언가 하는 아이한테 "아아 정말 크고 아름답다"라고 느낄 정도로 성인군자가 되진 못한다니까.
3. 유재석
왜 이분은 그 상황에서 굳이 그런 행동을 왜...
난 유재석씨 자체가 가식적이니, 보여주기 방송인이니 하는 말 자체는 믿지 않는 편이다. 그래서 의도적으로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. 이건 목청 높히는 장면을 봐도 알 수 있다. 그 순간만은 열받은 게 분명하니까.
하지만 나쁘게 보면 오늘 무한 도전 마지막을 망하게 만든 장본인은 길... 보단 유재석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. 길이야 능력이 없어서 그런 꼬라지였다고 치자. 근데 왜 이분마저 웃음끼를 싹 빼면서까지 그랬을까. 그것도 30분 동안이나. 순간적이지만 유재석의 힘자랑 30분 특별 프로그램... 을 보는 것 같았단 말이지. 그니까 예전 무한도전에서 전진이 있었을 때의 그 역할... 이랄까.
물론, 후배 다독거리면서, 핏대도 올리면서 해서 어떻게 끝낸(?) 역할을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지. 감동적이지. 다 좋다. 근데 이런 포맷은 너무 자주 있었다니까.
게다가 굳이 안해도 될... 그니까 길이 도와주러 올라간 것까진 찡했어. 근데 다시 내려가더라? 음???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길이는 더 나쁜 놈만 되는거지. 아무리 체력이 좋은 유반장이라도 그렇게 왕복할 정도의 난이도라면 그렇게 힘든 건 또 아니지 않은가란 의심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는 거지.
상대적으로 길이 더 죽이기란 생각만 더 들더라는 거다. 결론만 말하면. 그게 열등의식이니 뭐니 해서 삐딱하게 본다는 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,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행동을 실제로 했다는 게 문제다. 하나의 행동이 A란 의미로, B란 의미로도 해석되는 건 나쁘지 않다고 했을 때 A, B 모두가 그럭저럭 좋은 의미라는 게 전제가 되어야 되는 건 당연할텐데. 이리봤을때와 저리봤을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면 좀 생각을 해 봐야되는거 아닌감. 마치 근육질 아저씨가 할머니(...) 짐을 들어 도와 드리면서 굳이 안해도 될 뜀박질까지 하면서 도와드리는 형태랄까.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 애매모호한 감정(...)
뭐 까기 위한 까기라 해도 할 말이 없긴 하다. 유재석씨가 착하더라도 세상엔 존재 그 이유만으로도 상처를 입는 자들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자. 어쩌겠어.
4. 자막, 기획 의도, 구성력 등
1) 자막 - 누가 쓴거냐? 솔직히 이번 회에서 자막으로 웃은 경우는 0%.
2) 기획 의도 - 왜 평창 올림픽 유치를 뜬금없이 해야된다면서 그러는데? 만약 마지막 30분이 그래도 "해내겠다" 이거 하나 때문에 짠 거라면 - 즉 유치 해내겠다 이말이지 - 어휴... 난 프로그램 코드화 자체를 말릴 생각은 없지만 웃음기 뺀 다큐는 반댈세.
3) 박명수 아저씨가 마지막 30분 마의 영역대에 딱 한번 몸개그를 하려고 시도하는 걸 보면서 멤버들이 "이해는 하지만 왜 이러냐"라는 투의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. 이번 무한도전이 왜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. 적어도 유재석을 포함한 몇몇 멤버는 이번 포맷이 망했어요... 임을 알았다는 거겠지. 그러고 보면 전체적으로 90% 이상이 기획력 실패라고밖엔 볼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.
In short, what they were thinking?!